• 최종편집 2024-05-16(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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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수룡 장로] 어머니
    어머니가 천국 가신지가 벌써 몇 년이 흘렀다. 95세 연세로 끈질긴 민들레처럼 사시다가 소천하셨기에 문득문득 어머니가 고생한 가슴 아픈 옛날 모습들이 떠올라 어떤 때는 늦게까지 잠 못 이룰 때가 있다. 어릴 때는 먹을 것이 없어 어둑한 저녁까지 어머니만 오시기만을 무조건 기다렸다. 맛있는 것도 아니고 배만 채울 수 있는 것만 가져오셔도 좋은데 그렇지 않을지라도 캄캄한 밤 긴 기다림 속에서 어머니만 오시면 대만족이었다. 가방도 아닌 함티 속에서 눈깔사탕 하나만 주셔도 좋아서 춤추던 때가 생각난다. 6.25 전쟁 때도 비행기가 날아오니까 아버지는 짐보따리 안고 논두렁으로 피했지만 어머니는 자식을 안고 방패막이 되어주었다는 얘기를 가끔 듣는다. 시골 마을에 닭장에 불이 났는데 진압된 뒤에 들어가 보았더니 암탉이 병아리를 품은 채 새까맣게 타 죽었지만 병아리는 모두 살아 있었다는 실화가 전해지는 것만 보아도 동물의 모성애는 대단하다. 위대한 어머니의 자식 사랑은 암탉의 그것에 감히 견주어 비교할 수 있으랴. 당신은 배고파도 잡수지도 않고 자식들 먹일 것이라고 잔칫집에서 떡 하나를 때 묻은 손수건에 싸 가지고 와 나눠 맛있게 먹었다는 감동적인 글도 보았다. 오늘날은 이해할 수 없겠지만 그때에는 정말 그 떡 한 조각이 귀했던 시절이었다. 어머니는 모든 것을 희생하고 다 품어주시고 모든 것을 다 주고도 기억하시지 않는 정말 좋으신 분이다. 어릴 때는 없어서는 안 되는 디딤돌과 같은 존재로 기다림의 연속이었지만 가정을 가지고 자식이 생겨나면서 바쁘다는 핑계로 내 생활에 걸림돌과 같은 존재로 여기며 산 것이다. 어머니는 영원한 나의 안식처로 자식 바라보고 기다리는 고향 같은 분이었지만 언젠가부터 고인돌같이 예사롭게 여기며 살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나님께서는 네 부모를 공경하라 그리하면 네가 사는 땅 위에서 생명이 길 것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이 세상에서 나보다 나를 더 사랑하셨던 분이 어머니이셨는데 진정 그걸 모르고 살면 배은망덕한 사람이 따로 없다. 여자가 어릴 때는 아버지를 기다리고 결혼해선 외출한 자식을 기다린다고 했다. 어머니의 기다리는 마음은 사랑이고 특히 자식을 기다리는 상대로 여기며 사는 것을 행복이라 여기셨다. 그런 어머니를 병들었다고 시장 바닥에 내버려 경찰이 양로원에 입원시켰다는 뉴스가 우리를 분노케 한다. 놀라운 것은 그 어머니는 아들의 이름과 사는 곳을 절대 모른다고 입을 닫는다. 자식은 어머니를 버려도 어머니는 절대 자식을 버리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어머니! 옛날에는 기다림이었고 지금은 그리움에 사무치는 분이다. 그 어머니는 모든 사람의 영원한 안식처이자 고향 같은 존재다. 모든 것을 품어주시고 모든 것을 아낌없이 다 주고도 보답을 바라지 않는 분이 바로 어머님임을 기억하자. 누구든 천국 가신 어머니가 새삼 그리운 것은 평소 효도를 다 하지 못한 잘못이 자꾸만 부끄럽다는 마음이 더하기 때문이 아닐까. 어릴 때나 성인이 된 후에도 일평생을 나보다 나를 더 사랑했던 그분이 바로 그리운 어머니였었는데 그걸 늦게 깨달았으니 지나온 우리의 삶이 한심하여 후회가 막심할 뿐이다. 어머님이 천국에 가시기 전 이 땅에 살아계실 때 시간 내어 찾아뵙고 즐겁게 해 드리는 것이 참 효도임을 꼭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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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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